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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March 2021

[Book Review] 휴머놀로지, Humanology - Luke O'Neill

위코노미 활동을 마치고 처음으로 쓰는 서평이다. 앞으로도 일주일에 서평 1개씩 쓰는 습관은 유지해야겠다.


우울증 치료 후 세상에 대해 궁금한게 너무 많아져서 이런저런 책은 가리지 않고 다 보는중이다. 우연히 알라딘을 발견하면 들어가서 즉석에서 내키는대로 몇권 골라서 사오는데, 이 책도 그렇게 하울되어온 더미 속 한권이다 :)


우리 존재의 이유


나는 뭘까? 나는 왜 존재할까? 존재한다는 것은 또 뭘까? 나는 어디서 온걸까?

이런 질문들, 인간이라면 종종 생각해보지 않을까 한다. 지구의 나이는 42.8억년, 내 평생은 기껏해야 100년 남짓일테니 42.8억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당연히 실감도 안난다. 42.8억년 전 무기물만 존재했던 지구에서 단세포, 그러니까 한가닥의 DNA 가닥을 지닌 세포가 생긴 것은 35.67억년 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단세포가 다세포라는 존재로 진화하기까지는 그 후로 무려 25억년이 더 걸렸다. 그러니까, 무기물에서 단세포가 생긴 시간보다 단세포가 다세포로 변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이 훨씬더 오래 걸린것이다. 그 확률을 책에서는 무한 원숭이 정리(infinite monkey theorem)에 비유하는데 쉽게 말하면 수많은 원숭이들을 한 방에 가두어 놓고 타자기를 한개씩 쥐어준 후, 언젠가는 그 중 원숭이 한 마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쓰게 될 정도의 확률이란다(…)

그런 말도 안되는 확률로 완전히 무작위로 생명체들은 지구에서 진화를 해왔고, 지금의 우리가 있게된 것이다. 게다가, 세포라는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행성들이 몇백억개의 행성 중 한두개는 있을지 언정, 우리와 같은 아주아주 오랜 기간을, 말도 안되는 확률로 진화된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질 확률은 극적으로 낮다. 그러니까, 외계인이 존재해도 우주는 무한으로 넓기 때문에 우리가 이론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우주 범위 내에서 찾을 확률은…..

그래서 나는 내 존재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0%에 가까운 확률로 태어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하필 무한으로 큰 우주 중 지구에서, 그것도 하필 지구가 태어난지 42.8억년만에, 또 하필 문명과 과학이 급격히 발달한 이 시기에, 거기에 또 하필 높은 사망 확률을 (자연 유산되는 태아만 해도 1/3이니까..) 이겨내고, 거기에 또 하필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이 가진 이 유전자와 DNA를 가지고 살아있다. 나는 뭘까?


명확한 시작과 끝


한 챕터에서 아주 친절하게 인간이 사망하고 부식될때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묘사주었다. 근육 경직이야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고, 인간이 부패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곤충이 먼저 우리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그 다음은 또 어떤 곤충이, 또 그 다음은 어떤 곤충이 와서 우리 몸이 완전히 부패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된 건 처음이다. 허허

내 존재가 뭐든, 내 삶과 시작과 끝이 명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시뮬레이션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 이상 수명은 무한하지 않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가까워지다가 결국은 끝을 맞이하게 된다.


수많은 굴곡을 오르내리는 우리 삶은 모두 이 두 시기 안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벌레의 먹이가 된다. 그러니 부디 삶을 당신의 뜻대로 채워라.

0%와 같은 확률로 태어나고 존재하는 우리다. 하지만 인생은 유한하다. 그러니까,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의 눈치를 보며 살기엔, 남의 뜻대로 살기엔, 당신의 존재는 너무나도 특별하다. 최근 들어 이미 내 뜻대로 살기 시작했고 하고싶은 것은 다 하며 살고 있지만, 다시한번 되뇌여본다. 나는 0%의 확률로 존재하는 존재라고. 그러니까 진짜 나만의 삶을 끝까지 만들다가 죽을거라고!


늙는다는 것


만 25세 한국나이 27세, 아직 늙는다는 느낌은 체감을 못해봤다. 어릴때야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디폴트로 뛰어다니긴 했지만… 아 상관 없는 얘긴가. 그래도 누군가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즈막히 느껴볼 것 같다.

그런데, “곱게 늙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책에서는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이야기를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마침 내 인생책 중 한권인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후 늙어는 것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잊고 살고 있다. 기억나는 내용을 몇자 적어보자면:

그런 노인이 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물리적 노화는 받아들일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길, 늙는다고 자연스럽게 오는 변화가 아니다.) 호기심과 생기, 그리고 학구열을 평생 놓지 않고, 점차 지혜로운 노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마치며.

책이 꽤 두꺼운 편이라, 인간의 탄생, 본능, 사랑, 유전, 질병 등 많은 이야기를 과학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철학적 관점에서의 “인간학”에 대해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부적합할 수 있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만한 책이다.